서늘한 은빛 매스에 잘려나가는 탯줄

싸늘한 잿빛 바람에 쓸려나가는 명줄

우뢰 같은 울음에 화답하는 까마귀

부리 겉으로 묻은 작은창자 찌꺼기

겨울밤 게르처럼 끈질긴 숨의 노예

가을밤 모기처럼 무력한 피의 노예


 사람의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동인은 '앎'이 아니라 '믿음'이다. 죽음이 한 존재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씻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이 하나의 존재의 끝이 아니라고 믿는 자는 비로소 그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죽음'과 '끝'은 그 소리도, 의미도 서로 다른 단어이다.

 한 사람의 죽음이 그 존재의 끝으로 귀결되리라는 법은 없다. 죽음은 하나의 존재가 그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왜 모든 생명은 육체로부터 분리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애초에 하나의 존재가 왜 육체와 결합된 채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는지에 대한 답만큼 밝히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각자 나름의 믿음을 가져 보거나 타협을 해볼 뿐이다. 

 죽어보지 않은 생명이 존재의 완전한 소멸을 증명할 수 있을까?

 존재의 소멸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럽다.

 육체 다음의 행선지는 어디일까? 나는 육체에서 어디로 '움직'이는가.

 

 2019.05.19 기록을 <2021.10.1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