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생명을 낳고
죽음은 또 다른 죽음을 낳네
우리는 삶의 노예
우리는 죽음의 노예
차디 찬 매스에 잘려나가는 태반
잿빛 바람에 쓸려나가는 명줄
천둥 같은 총포에 달아나는 까마귀
부리 주위로 묻은 심장 찌꺼기
우리는 끈질긴 삶의 노예
우리는 무력한 죽음의 노예

세상 그 어디에도 당연한 당연함은 없다.

"요즘 군대만 그런 것이 아니야. 세상에도 기강이라는 것이 있는데, 빠질 대로 다 빠져 갈비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지. 부대 유지를 위한 군대는 문명 유지를 위한 국가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네. 삶에 대한 절박함과 간절함이 없지. 한없이 나태하고 한없이 무력해. 삶의 의미가 사라진다기 보다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들 않지. 편안한 삶에 안주하려고만 한다고. 예전처럼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지켜낼 간절한 삶이 그들에게는 없네."

사람의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동인은 앎이 아니라 믿음이다. 죽음이 한 존재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씻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이 하나의 존재의 끝이 아니라고 믿는 자는 비로소 그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죽음'과 '끝'은 그 단어의 발음도 의미도 서로 다른 단어이다. 한 사람의 죽음이 그 존재의 끝으로 귀결되리라는 법은 없다. 죽음은 하나의 존재가 그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뜻한다. 왜 모든 생명은 육체로부터 분리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애초에 하나의 존재가 왜 육체와 결합한 채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는지에 대한 답만큼 밝히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 누구도 전자와 후자의 답 모두 알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유일한 답변이다.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각자 나름의 믿음과 타협뿐이다.